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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학교를 3년 이상 휴학한 사람이 하는 일

by 천방지축 얼렁뚱땅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으 하루 2024. 7. 1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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휴학을 한 이유

  • 불운의 코로나 학번, 20학번이었다. - 1년 간 열심히 다니다가 온라인 강의만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재미가 없어져서 휴학을 결정하게 되었음! (2021년 1학기 ~ 2021년 2학기)
  •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원에서 정규 강사 제의가 들어왔다. - 내가 영문과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던 학원 원장님께서 혹시 정규 영어 강사를 해 볼 생각이 없는지 물어봐주셨다. 한 번 하기로 하면 일 년은 꼭 해야 한다고 해서 휴학을 결심하였다. 이와 함께 로스쿨 생각도 접었다. ㅎ.ㅎ (2023년 1학기 ~ 2025년 2학기)

 이렇게 총 8학기의 휴학기간을 가지게 되었고,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고 주변에서 걱정을 하기는 하지만 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. 나는 꽤나 운과 실력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. 일 년만 하기로 프리랜서 계약을 한 학원에서는 졸업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쭉 수업을 해 줄 수 있겠냐며 붙잡고, 학원 일로 휴학을 할 때 역시 전공 교수님께서도 휴학을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다가 유학을 가는 게 어떨지 제의를 해 주셨다. 이렇게 어디서나 좋은 사람들의 응원이 있어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고, 앞으로도 쭉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. 

고졸 영어 강사로 살아남기

 사실 교재 채점이나 단어시험만 봐주는 경우는 굳이 대졸자가 아니더라도 게다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할 수는 있다. 하지만 중고등학교 내내 교사의 꿈을 꿨던 나는 정규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었다. 그렇게 처음 강의 인수인계를 받을 때와 수업을 시작한 후 초창기 3개월은 정말 매일 매일 힘들었고 매일 매일을 울었다. 

 

 아이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다. 내가 수업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멈칫하면 아이들의 눈빛 자체가 바뀌었다. 문법 판서 수업을 해야 할 때도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 지 너무 막막했다. 게다가 학생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계속해서 짓눌렀다. 

 

 그렇게 오후 3시반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오전 7시에 일어나 카페에 가서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. 학생 때도 안 하던 것이었는데... 그렇게 매일 매일 인강을 듣고 노트를 판서라고 생각하고 같은 내용을 수십 번을 적었다. 그 노트 내용을 모조리 챙겨서 항상 오전 11시에 가서 나 혼자 학원 문을 열고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혼자 칠판에 수업시연을 했다. 고등학교 때부터 수업시연은 항상 잘 해오던 나였는데 실제로 아이들 앞에서 하려니 왜 이렇게 막막한 건지 그땐 정말 힘들었다.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았다. 나보다 오래되신 선생님도, 원장선생님도 아무도 이렇게 일하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오히려 날 뜯어말리기 바쁘셨다. "워라벨 지켜가면서 일해요!! 왜 이렇게 일찍 와요!! 그러다 쓰러져요!!" 그래도 난 내가 강사로서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는 마음에 무조건적으로 열심히 임했다.

 

 그리고 약 3개월 정도가 흐른 후, 나도 모르는 새 나는 꽤나 괜찮아졌다. 아이들 앞에서 떨지 않게 되었고, 학생들에겐 카리스마 있는 재밌는 선생님이 되어있었다. 이 일을 즐기고 있다는 걸 스스로가 느끼기 시작했다. 학부모 상담 전화 주간 때 목소리에서조차 떨림이 다 들어나던 내가 긴장한 티 없이 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다.

 

 그렇게 어느덧 학원 동네에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아이들의 인사를 받는 어엿한 약 2년차 강사가 되었다. 내가 고졸인 이유는 공부를 못 해서 대학을 가지 않은 것도 아니고, 대학을 갔다가 졸업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단지 나의 진로를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. 앞으로도 계속 전진하여 경력을 쌓아 내 이름으로 된 학원을 차리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.

 

올라가는-빨간색_계단형-화살표를-오르는-흰색-졸라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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